“달러로 바꿔주세요”…환율급락에 원화예금 환전창구 북적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자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해외고객센터.

한 중년 남성 고객이 원화로 예금해 둔 돈을 달러화로 바꾸기 위해 창구 직원과 상담하고 있었다. 몇 사람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고객센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외국인이나 해외 교포들. 국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등을 처분한 돈을 이곳에 맡겨 두는 것.

해외고객센터 이종면 팀장은 “해외 고객은 국내 예금을 언젠가 한 번은 외화로 바꿔야 한다”며 “최근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고객이 늘어난 것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이제 바꿀 시기라고 판단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 창구도 북적였다.

환전 및 송금을 하기도 하고 시세를 살피거나 상담을 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이달 들어 8일까지 외환은행에서 환전해 준 돈은 총 1억500만 달러. 하루 평균 26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달 하루 평균 환전액(17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환전 및 송금시장 점유율에서 외환은행에 이어 2위인 우리은행을 찾는 환전 고객도 늘었다.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8일까지 하루 평균 1600만 달러를 환전해 줬다. 지난달 하루 평균 환전액은 1100만 달러였다.

일반인이 달러화를 사고팔 때 기준 환율의 1.7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달러화를 사두려면 이런 수수료를 물고도 이득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해외 송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외환은행을 거친 해외 전신환 송금액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억2200만 달러로 지난달(2억2700만 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환전은 해외여행처럼 단기 수요에 좌우돼 휴일이 많았던 이달 초 크게 늘었지만 송금은 장기적인 전망에 따르기 때문에 바닥이 뚜렷이 확인될 때까지 미뤄지고 있다는 것.

우리은행 유학이주센터 함대욱 팀장은 “문의나 상담은 많지만 원-달러 환율이 910원대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와 송금을 늦추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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