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는 2년 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굴지의 해운업체들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됐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다음 타깃은 대한해운?
최근 사태는 노르웨이 해운회사 골라LNG 계열의 투자회사인 제버란 트레이딩이 지난달 현대상선 지분 2.18%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제버란 트레이딩은 매입 직후 모든 지분을 현대중공업그룹에 팔면서 외국계 투기 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방은 범현대가(家)의 싸움으로 비화됐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외국계 투기자본은 다시 활동을 개시했다.
노르웨이 투자회사인 스타뱅거는 12일 ‘단순 투자목적’이라며 장내 매수를 통해 대한해운 주식 52만 주(5.2%)를 매집했다.
현재 골라LNG의 대한해운 지분은 21.09%. 두 회사를 합치면 지분이 26.29%에 이르러 향후 적대적 M&A까지도 시도해 볼 만한 상황이 됐다.
해운업계는 이달 초 현대상선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스타뱅거가 이번에는 다시 대한해운을 건드리고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들은 전 세계 해운업계를 찾아 돌아다니며 상당한 시세 차익을 내고 빠지는 전형적인 투기 자본”이라며 “업계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업 호황이 원인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대부분의 상장 한국 해운업체들을 공략하고 있다.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도 최근 외국인 지분이 부쩍 높아졌다.
한진해운 측은 “2002년에는 10%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지분이 요즘은 약 33%에 이른다”고 말했다.
흥아해운의 외국인 지분도 골라LNG(6.6%)를 포함해 44.26%다. 이 회사는 예전에는 외국인 지분이 거의 없었지만 2년 전인 2004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면서 외국인 지분이 급등한 경우.
외국계 자본이 한국 해운회사들을 공략하는 것은 최근 해운시황의 호황과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투자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 그러나 향후 실제로 적대적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해운 안계혁 이사는 “골라LNG가 지분은 높지만 아직까지 경영 참여 의사를 피력한 적이 없다”며 “요즘 해운시황이 다시 좋아진다는 징조가 보이자 이들 투자회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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