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 경제활동인구 7명 가운데 1명꼴이었다. 이들이 신용카드로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카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은 심각했지만 신용불량자 수와 카드연체율 말고는 국민의 신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딱히 없었다.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정책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지표가 없으니 언제 이를 풀어야 할지 순전히 감(感)에 의존해야 했다.
‘동아-나이스 신용지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됐다. 비교 대상이 되는 시점보다 현재의 신용도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있어야 현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인의 신용도 한눈에 파악
현재 개인 신용에 대한 대표적인 통계는 가계신용(빚) 추이와 가계대출 연체율, 부도율, 신용카드 사용액 정도다. 부문별 상황을 아는 데는 유용하지만 국민 전체의 신용도 추이와는 무관하다.
이에 비해 동아-나이스 신용지수는 신용거래가 있는 전체 국민의 개인 신용점수를 집계해 만들어진다. 개인별 신용점수는 대출에서 신용카드 사용까지 각자의 다양한 금융거래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3월 말 현재 국내에서 한 번이라도 신용거래를 한 사람은 모두 3367만9786명. 경제활동인구(4월 현재 약 2408만8000명)보다도 1000만 명 가까이 많다.
동아-나이스 신용지수는 이렇게 나온 개인별 신용점수를 다시 종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전반적인 신용도를 한눈에 보여 줄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 신용지수는 높아지는 추세
동아-나이스 신용지수를 산출해 보니 기준 시점인 2004년 6월을 1000.0으로 봤을 때 올해 3월까지 21개월간 8.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008.6까지 올랐다가 올해 1, 2월에 각각 1007.9와 1007.6으로 잠시 주춤하더니 3월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용지수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 유승연(柳承延) 팀장은 “2004년 하반기부터 개인들의 경제 여건이 다소 나아졌고 이때부터 한국 사회에도 개인 신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어떻게 활용할까
동아-나이스 신용지수는 분기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전체 신용지수와 함께 연령별, 지역별 신용지수의 변화 추이도 공개한다.
따라서 “20대의 신용점수가 이달 들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역 신용점수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급상승했다”는 식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선진 신용사회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신한카드 리스크본부 최엄문(崔嚴文) 부부장은 “현재의 신용카드 및 금융권 대출에 대한 연체율 현황으로 볼 때 한국인의 신용도는 미국이나 영국의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신용지수가 지금보다 30% 정도 오르면 본격적인 신용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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