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위안화 가치 동반상승]수출경쟁 잠시 숨돌릴듯

  • 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미국 달러당 중국 위안화 환율 8위안(고시환율 기준) 선이 마침내 무너졌다. 엔-달러 환율도 110엔대를 깨고 내려갔다.

‘금리 인상의 힘’으로 유지되던 달러화 가치가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는 15일 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원화의 ‘나 홀로 약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인 움직임에 쏠리지 말고 달러화 약세라는 대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아시아 통화 가치 동반 상승

엔-달러와 위안-달러 환율이 동시에 하락(화폐가치 상승)한 것은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가 더욱 본격화되는 신호로 풀이된다. 아시아 통화를 대표하는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동시에 심리적 저항선을 뚫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 중단 가능성과 쌍둥이(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가 달러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주 정책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 경기 호조에 힘입어 ‘제로(0) 금리’ 정책을 바꿀 태세고, 유럽도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자본은 미국 대신 일본과 유럽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미국의 누적되는 무역적자도 달러화 가치 하락의 원인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무역수지 적자액이 예상보다 적기는 했지만 달러화 약세가 바뀔 수준은 아니라는 것.

특히 지난달 선진7개국(G7)의 아시아 통화 평가절상 촉구는 최근 아시아 통화 강세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G7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지적하면서 ‘세계 불균형’ 해결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환율 재조정을 요구했다.

○ 원화 ‘나 홀로 약세’… 언제까지

최근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위안-달러 환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사이 원-달러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8일 927.9원을 저점으로 930원대로 오르더니 15일 한꺼번에 11원 급등해 940원 선으로 뛰어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원화가치 하락)를 보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유독 많이 떨어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최근 주식 매도는 미국의 장기(10년 만기)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주 말 연 5.20%로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5.17%)를 웃돌았다.

그러나 원화의 ‘나 홀로 약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엔-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동시에 원-엔 환율이 오른 것은 다소 뜻밖”이라며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달러 약세라는 환경 아래에서 원화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李侖錫)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6월 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얻은 차익을 달러화로 확정지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원-달러 환율은 6월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달러화 약세 추세에 대비해야

원화의 ‘나 홀로 약세’가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15일처럼 엔화나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시장을 직접 노리는 한국 기업이나 글로벌시장에서 두 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고유선(高裕善) 수석연구위원은 “의류와 섬유 등 경공업 분야에서 중국과, 자동차와 기계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던 한국 기업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는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국 기업도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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