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인하 - 폐지는 곤란하다”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정부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가 제안한 상속세제 개편과 관련해 가업(家業)을 상속할 경우 세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속세율 인하나 상속세 폐지는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본보 5월 2일자 A6면 참조

재정경제부 권혁세 재산소비세제국장은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상속세가 없는 나라들은 양도소득세와 부유세, 소득세포괄주의 등을 통해 한국의 상속세에 버금가는 세금을 걷고 있다”며 “한국은 소득세제에 구멍이 많아 상속세율을 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속세 vs 양도세

재경부는 상속세를 없앴거나 세율을 내린 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 상속세가 없는 대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양도세를 매기기 때문에 상속세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

또 선진국은 소득세포괄주의를 시행해 생전에 상속인에게 자본소득 등 각종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상속세를 물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경부가 예로 든 캐나다의 경우 상속인이 100억 원어치 주식을 사서 자녀에게 상속할 당시 시가가 300억 원이라면 양도차액 200억 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물린다.

미국은 자녀가 주식을 상속받더라도 자녀가 실제 이를 팔아 이익을 실현할 때까지 양도세 부과를 미뤄 준다.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상속세와는 다르다.

○비현실적인 가업 상속 요건

현행 상속세법에도 가업 상속일 때는 세금을 최장 15년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해 상속인의 부담을 덜어 주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가업 상속의 요건을 피상속인과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 제도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너가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 몇 개나 될 것 같으냐”며 “중소기업도 가업 상속의 혜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가업 상속의 요건 완화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명근(조세법학) 강남대 석좌교수는 “독일은 50%인 증여세를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할 경우 30%로 낮춰 준다”며 “선진국들이 가업 상속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은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한국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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