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한꺼번에 달러화로 바꾸는 게 좋을지, 친지에게 부탁해 정기적으로 송금을 받는 게 유리한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올해 들어 크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반등하는 등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8일 927.9원까지 떨어졌지만 9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16일에는 전날보다 1.3원 오른 94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 씨 같은 고객들에게 “한꺼번에 환전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마치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 한꺼번에 목돈을 넣는 거치식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나눠 넣는 적립식보다 위험이 큰 것처럼 환전할 때도 시기를 분산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한현우 팀장은 “유학을 떠날 예정이거나 달러화가 급히 필요한 고객이라도 적어도 3, 4일 기다려 보라고 권한다”며 “목표 환율을 정해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조금씩 달러화를 사는 게 요령”이라고 말했다.
채산성이 악화된 수출기업들은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가운데 원화 가치만 떨어지는 ‘원화 나 홀로 약세’가 이어져 한숨 돌렸지만 추가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영주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로 떨어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힘들어진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반등하자 안도하는 상황이 됐지만 대세는 환율 하락이기 때문에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도 “수출기업들은 현재의 환율 상승을 추세가 바뀐 것으로 보지 말고 지금 생긴 이익을 추가 환율 하락을 대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원화가치만 급하게 오른 데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강해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라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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