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악재 발목… 사흘간 40조 날아가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우울한 화요일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전날에 이어 2% 넘게 빠져 최근 몇 달간 보기 드문 하락세를 보였다. 사흘 연속 80포인트 넘게 떨어졌고 1,400 선도 힘없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사흘 동안에 거래소시장의 시가총액은 39조8246억 원이 날아갔다. 주식시장을 괴롭히는 2대 악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과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 특히 16, 17일(현지 시간)에 미국의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지수가 잇따라 발표되고 19일에는 일본 금리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라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 두 요소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 동시 악재로 작용해 잘나가던 세계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었다.》

○ 세계 증시 동반 하락

16일 아시아권 증시가 최근의 하락세를 이어 갔다.

필리핀 증시만 0.88%(21.46포인트) 올랐을 뿐 일본(1.99%, 328.49엔) 싱가포르(0.83%, 21.13포인트) 대만(1.48%, 106.45포인트) 홍콩(0.62%, 101.73포인트) 증시가 모두 떨어졌다.

26개 개발도상국 주가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 지수는 15일 820.11로 4.3% 떨어졌다.

16일 영국 독일 등 유럽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엇갈리는 행보였다. 15일 다우지수는 0.42%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0.23% 떨어진 것.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 행진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자 금리 인상이 지속돼 세계 경기가 둔화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4월 수입물가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았던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고, 금리 인상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급락한 것.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대외 악재로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에서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도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최근 13일 동안 3조 원에 가깝게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했다”고 말했다.

○ 하락 언제까지

한국의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그렇지 않다’고 봤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파트장은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투자자금이 풀려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특히 국제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으므로 증시의 조정도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얼마 전까지 유가와 환율이 국내 증시의 악재였다면 지금은 금리로 바뀌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수요가 강해 금리 및 인플레이션 우려를 소화할 수 있으므로 증시도 곧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장기 상승 추세가 꺾인 건 아니지만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지난해에 비해 뚜렷이 약화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4분기(10∼12월) 전까지 코스피지수 1,300 선을 오르내리는 등락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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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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