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박 전 국장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5차례 조사했다.
박 전 국장이 지난해 7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3664만 원짜리 그랜저XG 승용차를 730만 원이 할인된 2934만 원에 구입한 경위와 차 구입 대금 출처에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이 공개한 박 전 국장의 조사 과정에 따르면 박 전 국장은 승용차 대금 출처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첫 조사에서 “나와 처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3일 두 번째 조사에서는 “처남 강모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빌려 승용차 구입 대금을 지급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강 씨는 검찰 조사에서 “3000만 원을 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승용차 대금을 대납해 매형에게 차를 사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채동욱(蔡東旭)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 압수수색에서 박 전 국장이 승용차를 할인받은 자료가 확보돼 그를 상대로 차 값 할인의 대가성 여부와 차 대금 출처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국장이 주요 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가 간단히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박 전 국장이 진술을 바꾸고 처남과 다른 말을 해 조사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당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로 중수부 조사실을 배정할 여유가 없어 검찰 직원들과 현대차그룹 관계자 등으로 북적거린 수사1과 사무실에서 박 전 국장을 조사했다”며 “폭언이나 강압수사를 할 형편이 아니었으며 자체 진상 조사 결과에서도 폭언이나 강압수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의 부인은 “수사관들이 ‘글씨가 왜 이 모양이냐. 이런 머리로 부이사관 했느냐’며 모욕감을 줬다고 남편이 말했다”고 밝혔다.
박 씨의 지인으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수사관들이 ‘구속시켜 처남과 한방에 넣어 주겠다. 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했다는 것을 박 전 국장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의 변호를 맡은 김상희(金相喜) 변호사는 “박 전 국장에게서 검찰에서 폭언을 듣거나 위협을 받았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변호사로서 내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 기소▼
한편 검찰은 현대차 등 계열사의 회사자금 1217억 원을 빼내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계열사에 20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로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을 16일 구속 기소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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