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휴대전화에 MP3플레이어 기능이 들어간 초기여서 음악을 듣는 제품이 인기였다. 하지만 거추장스러운 안테나가 문제였다.
LG전자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흰색 휴대전화를 내놓기로 결정한 뒤 손에 딱 쥐기 편한 모델을 궁리 중이었다. 하지만 안테나를 기기 안으로 집어넣는 기술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협력회사인 유정시스템의 이재훈 사장이 까다로운 기술인 ‘인테나(안테나를 내부로 집어넣는 기술을 뜻하는 용어) 전파’ 기술을 들고 찾아왔다. 공학박사인 이 사장은 2000년부터 LG전자와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2004년 10월 시장에 나온 ‘어머나 폰’은 대박을 터뜨렸다. 하루 평균 2000여 대씩 지금까지 모두 40만 대가 팔렸다. 인기가요 ‘어머나’를 부른 장윤정 씨가 모델로 나와 자연스레 ‘어머나 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안승권 LG전자 단말연구소장(부사장)은 “연구원들이 다른 일에 매달려 정신이 없을 때였다”면서 “유정시스템에서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기에 ‘어머나 폰’을 공동 개발하자고 제의했고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유정시스템은 LG전자로부터 공동개발 제의를 잇달아 받았다.
스포츠카 포르셰 모양을 흉내 낸 ‘포르셰 폰’과 두께가 얇은 ‘슬림 폰’을 함께 개발했다. 지금은 휴대전화용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현재 LG전자 단말연구소의 15개 개발협력회사 회장을 맡으면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회사 직원들의 교육을 무상으로 해 준다. 신입사원 교육뿐 아니라 고급 기술자 양성 교육, 회로설계 기술 과정 등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모두 공짜다.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에서 성공했지만 이 사장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좋은 성과를 거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지만 기술력이 처지면 하루아침에 설 자리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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