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추진 땐 20∼30% 내려갈 것”
재정경제부 김석동 차관보는 17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부동산시장이 버블의 저변에 와 있다”며 “지금부터는 부동산대책을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도 긴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출심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수요자들도 잘 보고 진입하지 않으면 불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재경부 김용민 세제실장도 같은 시간 다른 방송에서 “부동산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면 부동산 값은 10·29대책 이전, 즉 지금보다 20∼30%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잇단 강경 발언은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D데이, 6월 1일이 다가오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값 거품인가
이에 따라 과연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버블이냐는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금융시장 안정 보고서’에서 1989년 이후 2005년 말까지 가구소득 대비 집값(PIR)을 시계열 분석했다. ▶그래프 참조
그 결과 1990년대 초 부동산 값이 하락하기 직전 강남 송파 서초구 등 강남지역의 PIR는21.7이었다. 이 지역의 작년 말 PIR는 18.9. 올해 들어 집값이 더 오른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이달 초 ‘아태지역의 자산거품’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7∼9월) 한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0% 급등해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 주식시장 붕괴보다 훨씬 충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거품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알파오의 이성진 사장은 “정부의 거품붕괴론은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이 산술적인 통계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세금을 올려도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욕구는 억누를 수 없으므로 강남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블 이후’를 대비해야
만일 현재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면 정부는 거품 붕괴를 홍보하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정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 부동산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악화된다. 은행의 4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95조 원으로 총대출의 32%.
한은 조성재 안정분석팀장은 “강남에 거주하면서도 월급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경기가 조금이라도 꺾이거나 통화긴축에 들어가면 이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거품이 붕괴된다면 강남과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과 강북권에서 먼저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세계 및 국내 경기 둔화와 글로벌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급격한 부동산 값 하락은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통화정책이나 거시경제 측면에서 어느 때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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