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전도사’ 동원시스템즈 서두칠 부회장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사람들은 그를 ‘구조조정의 전도사’라고 부른다. 다 쓰러져 가는 회사도 그가 손대면 우량기업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TV·컴퓨터용 유리 제조업체 한국전기초자가 그랬고 무선중계기 및 광전송 장비제조업체인 동원시스템즈도 마찬가지였다.

서두칠(67·사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 그가 사장으로 부임한 1997년 한국전기초자는 적자규모 598억 원, 부채비율 1114%의 부실기업이었지만 3년 만인 2000년 영업이익률 35.35%로 상장업체 1위에 올랐다.

한때 연간 적자규모가 820억 원이었던 동원시스템즈도 2002년 그가 사장에 취임한 지 3년 만인 작년 부채를 다 갚고 연간 200억 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546%)과 영업이익 증가율(2758%)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비결은 뭘까.

최근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담은 책 ‘지금은 전문경영인시대’를 펴낸 서 부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열린 경영’과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21세기에는 직원들과 함께 조직의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회사의 어려움도 알게 해서 위기감을 같이 느껴야죠. 예전처럼 ‘너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발전이 안 됩니다.”

서 부회장은 또 “직원들에게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스스로 비전 달성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번트형 리더십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직원들에게서 존경을 받으려면 리더가 자신을 낮추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코끝이 찡하도록 마음이 움직여지면 리더를 따르게 되죠.”

그는 동원시스템즈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익이 날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실제로 1년 반 동안 월급이 없었다.

그러자 임원들이 “우리도 30% 삭감하겠다”고 했고 직원들은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월급을 한 푼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호응했다.

2004년 1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영향력 있는 글로벌 경영자 25명’에 뽑았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나를 따르라’고 하지만 그는 ‘함께 가자’고 외쳐 왔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