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경주]車보험료 할인할증제도에 대한 오해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우리 사회에서 보험만큼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업종도 드물다. 보험 상품을 팔 때 밀어내기 판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보험침투율(보험료/국내총생산)이 세계 2위라는 사실은 보험업계가 영업을 잘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밀어내기 판매를 많이 했다’ 는 등의 나쁜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의 기초, 즉 상품 설계나 보험료 산출, 자산 운용과 같은 영역은 엄밀한 수학적 통계학적 계산에 의거해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는 현재의 할인할증 제도가 사고경력에 따른 가입자 간 위험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업계가 교묘한 방법으로 보험료를 올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할증제도가 바뀌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가입자 집단이 생긴다. 특히 장기 무사고자가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할인할증제도의 원래 목적은 가입자 간 위험도 차이 인식을 통한 형평성 증대에 있다. 할증제도 변경으로 보험료를 더 내는 집단이 생기면 그만큼 덜 내는 집단도 생긴다. 이는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따라서 보험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할인할증제도의 변경이 위험도 차이를 좀 더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부당하게 더 냈던 집단이 존재했다는 의미가 된다. 가입자 간 형평성이 높아져야 잠재적 보험수요자들이 원하는 보험혜택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교통법규 위반경력, 차종, 차고지 등에 따른 보험료 차등 등도 보험료를 올리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보험료율 관련 변수가 늘어나고 할증제도가 정교해지는 것은 보험업이 보다 과학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할증제도 변경에 대해 가입자들은 오해하고 감정적으로 비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감독 당국이 객관적이고 조정자적인 자세로 개입해 진취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경주 홍익대교수·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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