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침에 한국은 감기’
이는 증권가의 오랜 속설이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은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
이날도 그랬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 하락 폭은 1%대였지만 한국 증시 하락 폭은 2∼3%대였다.
11일 사상 최고치(1,464.70)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12일 이후 5일(거래일 기준)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48조3104억 원이나 줄었다.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만 4100억 원 넘게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16일(거래일 기준) 동안 3조4620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까지 합하면 3조6000억 원이 넘는다.
UBS증권 서울지점 안승원(安勝遠) 전무는 “아직 외국인들이 ‘셀(sell) 코리아’에 나선 것은 아니다”며 “외국인 고객 대부분은 ‘알아서 적당한 가격에 팔아 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 미국 또 금리 올릴까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최근까지 정책금리를 무려 16차례 올려 연 1.0%이던 금리가 5.0%로 높아졌다.
인플레 우려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이유다. 잇단 금리 인상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의 ‘체력’이 바탕이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잇따랐다. 금리를 또 올리면 미국경제가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 4월 미국 취업자 수가 제자리에 머물자 이런 예상은 더 힘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와 원자재가격 급등,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는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겼고 이번에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 달 28, 29일로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속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유승선(柳勝善) 선임연구원은 “26일 개인소비지출가격지수(PCE), 다음 달 14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봐야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을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주가 하락 추세는 아닌 듯”
만일 증시 폭락이 계속된다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 옳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홍기석(洪起碩) 증권조사파트장은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주가가 기조적으로 하락한다면 그동안 상승이 거품이라는 뜻이지만 여러 지표로 볼 때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1980년대 후반, 미국의 2000년처럼 전형적인 버블(거품) 장세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미국)에서 70배(일본)까지 형성됐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10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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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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