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갓 태어난 캥거루는 태어나자마자 스스로의 힘으로 어미의 주머니까지 기어 올라간다. 어미는 이런 아기 캥거루를 안쓰러운 듯 꼼짝 않고 멈춰 서서 바라볼 뿐 도움은 주지 않는다.
국민은행의 캥거루통장과 캥거루펀드는 이름처럼 캥거루를 닮은 상품이다.
먼저 생긴 건 캥거루통장. 2002년 2월 18일 자녀를 위해 부모가 적금을 들어주는 상품으로 시작했다. 부모는 자녀에게 저축의 소중함을 교육시키고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녀에 대한 각종 상해 질병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4월 21일부터 상품의 성격이 약간 변했다. 부모가 모든 걸 해 주는 대신 자녀로 하여금 적금의 만기이자 가운데 1000∼1만 원 범위의 금액을 선택해 기부하도록 한 것이다.
2년마다 만기 후 재계약을 하는 상품의 특성상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2년에 한 차례씩 본인의 이자 소득으로 또래의 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기부를 한다. 시작은 부모에게 의존하지만 스스로 자유롭게 용돈을 저금할 수도 있고 이에 따른 이자를 기부할 수 있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또 은행은 고객이 기부한 액수와 같은 금액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놓는 ‘매칭그랜트’ 제도도 도입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지원되는데 어린이들의 손으로 또래 친구를 돕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형제 상품도 나왔다. 소액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는 ‘캥거루 펀드’다. 일반적인 적립식 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은 월 10만 원 이상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전용상품이라 최소 가입금액이 5만 원으로 절반 수준. 대신 투자 기간이 60개월로 길다.
또 캥거루통장처럼 펀드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적립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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