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100만 달러까지 허용…어떻게 할까

  • 입력 2006년 5월 22일 02시 59분


《사업가인 정모(55·서울 서초구) 씨는 2월 캐나다 캘거리 시내에 있는 집을 샀다. 그는 캐나다에 사는 친척에게서 소개받은 현지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미화 70만 달러짜리 집을 구입한 뒤 중개료도 듬뿍 줬다. 그러나 최근 친구가 캘거리 자신의 집 주변에서 비슷한 집을 50만 달러에 사자 뒤늦게 ‘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는 쪽 브로커와 사는 쪽 브로커가 가격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현지 거래관행을 모르고 한 명의 브로커에게 의존했던 게 문제였다. 이른바 ‘환치기’를 통해 돈을 조달했기 때문에 문제를 삼지도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집 사기전에 ‘환 위험’ 대책 세워야

○ 문 열린 해외 부동산 투자

재정경제부는 22일부터 개인과 일반 법인이 투자 목적으로 100만 달러 이하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외환관리 규정을 바꿨다. 환치기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 것.

100만 달러도 ‘1인당’ 기준이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가족들이 돈을 합쳐 10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100만 달러 기준도 2008, 2009년경 폐지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퍼내려고 3월에 해외 ‘주거용’ 부동산 취득한도를 폐지했지만 큰 효과가 없자 투자용까지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 한국 투자자 ‘표적’되기 일쑤

서둘러 해외 부동산 투자의 문을 열다 보니 이를 뒷받침할 민간 또는 정부 차원의 해외 부동산 투자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제대로 수준을 갖춘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5, 6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외부동산정보업체인 루티즈코리아 김경현 팀장은 “해외에 나가 집을 사려는 한국인들은 현지의 법과 제도에 어둡고 짧은 기간에 서둘러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바가지의 표적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권태균 국제금융국장은 19일 “해외 직접 투자를 자유화한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돈을 벌 수는 없다”며 “국내 부동산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도 버블 논쟁이 있기 때문에 컨설팅 등을 받고 조심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미국,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는 중국 등지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환 위험 회피하는 게 바람직

거주 목적의 투자와 달리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환차손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바뀐 외환관리 규정도 해외 부동산을 처분했을 때 그 대금은 원칙적으로 국내로 들여오게 돼 있다.

해외에 사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해도 해당 국가의 화폐에 비해 원화가치가 그 이상 오른다면 처분해 원화로 바꿀 때 손해를 보게 된다.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는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화를 쓰는 지역의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환차손을 방지하려면 은행이나 컨설팅업체 등과 상담해 환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게 좋다.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는 정부 정책이 바뀜에 따라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국내 ‘기획 부동산’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부동산 업체들은 경계해야 한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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