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노키아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떠맡는 대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한국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아는 국내 소비자는 많지 않다. 2001년 국내에 진출했으나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해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다가 2년 만인 2003년 1월 철수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단말기 세계 2위 업체 모토로라의 국내법인인 한국모토로라의 위치도 초라하다.
한국 진출 초기인 1995년까지는 시장점유율 70%로 사실상 독주했으나,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에 밀리면서 1997년 한 자릿수대 점유율로 추락했다.
모토로라는 2000년 5월 ‘스타텍’을 끝으로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가 2002년 10월 다시 판매를 시작했으나 시장점유율은 6위에 머물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 포털사이트 야후는 한국에서 네이버 다음 등 토종 포털에 밀리며 3위권에 처져 있다.
1위 업체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포털 시장에서 3위는 사실상 실패를 의미한다는 것이 인터넷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도 국내에선 토종업체 롯데리아에 밀린다.
○한국인 취향 제대로 파악 못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자사 제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맹신한 나머지 광고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광고를 앞세워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으로 세계 1, 2위를 밀어냈다. 이 여세를 몰아 세계시장에서도 두 업체를 바짝 추격할 수 있었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창고를 연상케 하는 매장시설에 저가(低價) 공급 전략을 고수하면서 국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세계시장에서는 통했던 방식을 한국에서도 고집하다가 실패를 맛본 것.
반면 국내 할인점업체들은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와 실내인테리어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시도해 결국 월마트와 까르푸라는 두 공룡기업을 제쳤다.
본사 위주의 경영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 등 한국 기업은 오전에 결정하고 오후에 실행하는 반면 야후는 수개월씩 본사의 판단을 기다려야 했다”며 “초를 다투는 인터넷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의사결정 구조였다”고 했다.
한국까르푸 관계자도 “유력한 매장 후보지가 나오면 한국 업체들은 실무자들이 토지 매입가격을 협상하지만 까르푸는 일일이 프랑스 본사의 승인을 거쳐야 해 시간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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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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