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수출 老兵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외국 바이어와 상담(商談)까지 잘 마쳤는데 사후관리가 안 돼 결국 수출을 못 했어요.” 작년 KOTRA가 주선한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500개 중소업체 중 수출 상담을 한 업체는 90%가 넘었지만 그중 40%만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실패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 언어 소통 어려움 등이 꼽혔다. 전체의 절반은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다”고 했을 정도다. 수출로 일어선 나라에서 전문인력이 부족해 더 벌어들일 달러를 놓치고 있다니….

▷박광(59) 씨는 대우그룹에서 25년간 의류 전자 등을 담당했던 수출역군이다. 작년부터 수출 관련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KOTRA에서 무역실무 강의도 한다. 그로선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바이어를 상대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아깝기만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아니라 3국 간 거래에서 부가가치를 거두거나 현지 유통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는 일 등 아이템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주먹이 운다’.

▷KOTRA가 수출 애로를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1970∼80년대 수출역군의 현장 경험을 이어 주기로 했다. 찰떡궁합이다. 종합상사나 수출 기업, 수출 유관 기관에서 10∼20년 근무했던 평균연령 56세의 ‘수출 노병(老兵)’ 50명이 수출 일선에 다시 선다. 신청자 200여 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외국어 시험, 심층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선발 기준엔 봉사정신도 들어있다. 월 활동비는 150만 원으로 이들의 호시절 판공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왕년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지원단원들은 22일 발족식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하게 웃었다. 공짜 서비스는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어 KOTRA는 지원 대상 150개 기업에 월 10만 원의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지원단원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사람이 3개 회사씩 맡아 3∼6개월간 수출 지도에 나선다. 외국어 비즈니스 서신을 써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출장도 가고 바이어 상담도 도와준다. KOTRA는 이들에게 “결과로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출 현장 외에 여러 분야에서 이런 결합이 가능할 것 같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