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오피스텔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 씨는 “요즘 정부가 아파트를 겨냥해 거품이 꺼진다고 하는데 오피스텔 시장은 이미 갈 데까지 갔다”고 투덜거렸다.
20∼50평형 88실 중 40%가량이 팔리지 않은 이 오피스텔은 조만간 잔금의 25%를 입주 2년 뒤 내는 ‘파격 분양’에 들어간다. A 씨는 “오피스텔 밀집지역인 일산신도시 내 백석동과 장항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오피스텔의 상당수가 분양가보다 낮은 값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 오피스텔은 ‘바겐세일’ 중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성우네트빌 27평형은 지난해 말보다 3000만 원 떨어진 1억36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산동구 장항동 레이크폴리스2 43평형은 지난해 11월보다 7500만 원가량 떨어진 3억5000만 원이다.
아파트 값이 최근까지 급등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도 오피스텔 시장만은 침체다. 서현동 서현지엔느 27평형은 지난해 말보다 2000만 원 떨어진 2억3000만 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 짓는 일부 오피스텔은 아예 초기 분양가보다 낮게 팔고 있다.
월드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분양 중인 36∼39평형 오피스텔 ‘월드 메르디앙 아파텔’을 지난달부터 초기 분양가보다 20% 할인해서 팔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폭탄 세일’이다.
○ 문제는 과잉 공급
오피스텔 가격이 떨어진 것은 제한된 수요에 공급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지난해 말부터 과잉 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건설업체들이 이를 무시하고 오피스텔을 계속 지어 분양하다 ‘배탈’이 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규 오피스텔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업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초 주거용 오피스텔은 업무용과 달리 재산세를 중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시장 냉각에 한몫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피스텔 시장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는 각 업체의 할인 혜택을 눈여겨본 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수도권 오피스텔 가격 추이 (단위: 원) | ||||||
지역 | 오피스텔(평형) | 2005년 11월 | 2006년 5월 | 가격 변동 | ||
서울 | 강남구 | 논현동 | 대우디오빌2(16) | 1억5000만 | 1억3000만 | -2000만 |
마포구 | 마포동 | 마포현대(22) | 9350만 | 7500만 | -1850만 | |
동교동 | 파라다이스텔(17) | 1억2400만 | 9500만 | -2900만 | ||
파라다이스텔(20) | 1억3300만 | 1억750만 | -2550만 | |||
파라다이스텔(19) | 1억3000만 | 1억500만 | -2500만 | |||
파라다이스텔(16) | 1억1250만 | 9000만 | -2250만 | |||
양천구 | 목동 | 성우네트빌(27) | 1억6600만 | 1억3600만 | -3000만 | |
경기 | 고양시 | 장항동 | 레이크폴리스2(43) | 4억2500만 | 3억5000만 | -7500만 |
한솔프레미낭(37) | 1억7500만 | 1억5500만 | -2000만 | |||
화정동 | 트레벨화정(16) | 7030만 | 5280만 | -1750만 | ||
성남시 | 서현동 | 서현지엔느(27) | 2억5000만 | 2억3000만 | -2000만 | |
금곡동 | 골든밸리(26) | 1억3500만 | 1억2000만 | -1500만 | ||
자료: 부동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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