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해치는 규제 1개 푸는데 1년씩 걸려”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남용(사진) LG텔레콤 사장은 요즘 주변에서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달 초 집에서 시내전화 요금으로 휴대전화를 걸 수 있는 ‘기분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KT를 겨냥해 “가출한 안방 전화”라며 먼저 싸움을 걸었다.

그는 요즘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에 대해선 “800MHz 주파수를 이젠 그만 독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남 사장은 “1998년 10월 사장에 취임한 후 7년여 동안 LG텔레콤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면서 후발사업자라는 이유로 많은 설움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3등의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그는 “휴대전화 시장을 빼앗기 위한 번호이동성 문제나 접속료, 휴대전화 보조금 등 후발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정책을 들고 규제를 풀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사안 하나 풀어나가는 데 보통 1년씩 걸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 사장은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하고 있는 800MHz 주파수 문제를 후발사업자를 옥죄는 대표적인 역차별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에서 800MHz 주파수를 한 회사만 독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5년 전부터 주파수 문제를 SK텔레콤과 정부에 얘기했는데 아직도 풀리지 않아요.”

800MHz 주파수는 휴대전화에서 가장 통화가 잘 되는 구역으로 현재 SK텔레콤만 사용하고 있다. LG텔레콤과 KTF는 이보다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1800MHz를 쓴다. 이 때문에 산악 지역이나 오지에선 KTF나 LG텔레콤 휴대전화는 통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00MHz를 쓰면 투자비가 800MHz보다 1.73배나 더 들어갑니다. 그리고 산악 지역에선 4배가량 투자비가 더 들지요.”

그래서 남 사장은 산악 지역의 SK텔레콤 800MHz 주파수 대역을 함께 쓰자고 SK텔레콤과 정보통신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에선 “그동안 투자를 하지 않은 회사가 무임승차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축했다. 그는 “정부는 선발회사 편만 들고 후발경쟁자에게 ‘꿀밤 주는’ 정책을 펴면 안 된다”며 정통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가 7년여 동안 LG텔레콤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SK텔레콤은 사장이 4명 바뀌었고 KTF는 5명의 CEO가 거쳐 갔다.

CEO 장수 비결을 묻자 남 사장은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 아무도 사장으로 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데이콤 이사회 의장과 파워콤 비상근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그래서 통신업계에선 LG그룹 통신부문 ‘총사령탑’이라고 부른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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