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자니 혼란…단속하자니 비용 들고…가짜동전 딜레마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시중에 가짜 동전이 유통되고 있다. 완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린이은행’ 발행 동전, 전자오락실에서 쓰이는 사설 동전, 100원짜리와 크기가 같은 필리핀의 1페소짜리 동전 등이다.
시중에 가짜 동전이 유통되고 있다. 완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린이은행’ 발행 동전, 전자오락실에서 쓰이는 사설 동전, 100원짜리와 크기가 같은 필리핀의 1페소짜리 동전 등이다.
2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 본보 취재팀은 은행에서 바꾼 동전에서 종종 가짜가 섞여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 직접 은행을 찾았다. 가짜와 진짜를 섞어 넣고 “100원짜리는 50개씩, 500원짜리는 40개씩 말아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기계는 “촤르륵…” 소리를 내며 원기둥 모양의 동전 꾸러미를 뱉어 냈다. 거기에는 진짜 100원짜리에 섞어 넣은 ‘붉은악마’ 기념 동전과 필리핀 1페소(약 18원) 동전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은행 직원도 놀랐다.

○ 가짜 동전이 나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동전은 조잡한 것이 대부분이다. 크기와 무게가 100원, 500원짜리와 비슷한 전자오락실용 동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어린이은행’ 발행 동전까지 발견됐다.

외국 동전도 많이 나온다. 필리핀 1페소짜리가 대표적. 한국의 100원짜리와 크기 두께 무게가 비슷해 자동판매기와 전자오락실 게임기는 물론 은행의 동전분류기도 가려내지 못한다.

과거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도 일본의 500엔짜리 동전 대신 자주 사용됐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일본에서는 동전에 전기를 흘려 가짜 동전을 구별하는 새 기계를 도입했다.

○ 은행도 손 놓았다

상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의 한 은행에서는 상인들이 “가짜가 나왔다”고 항의하면 귀찮다는 듯 새 동전으로 교환해 준다.

가짜를 가려내기 위해 새 기계를 들여 놓는 것보다 그때그때 진짜로 바꿔 주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새 기계 1대 값은 300만 원이 넘고 수명도 7∼10년에 불과하지만 가짜 동전을 교환해 주면서 입는 손실은 아무리 많아도 연간 10만 원에 못 미친다.

국내 유일의 법화(法貨) 발행기관인 한국은행도 가짜 동전의 유통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은 은행권(지폐)과 주화의 ‘발행’만 책임질 뿐 가짜 동전의 유통을 막는 일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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