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생산 소비 투자 등 3개 부문에서 경고음이 나온 만큼 정부가 경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접고 경기 하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주춤’
경기선행 및 동행지수가 하락한 것은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생산 소비 투자 관련 지표가 대체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9.5%로 3월(10.0%)에 비해 0.5%포인트, 2월(20.6%)에 비해 11.1%포인트 하락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수치를 재고 증가율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 재고 증가율은 3.7%로 3월과 같은 수준이지만 2월(2.6%)에 비해선 1.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감소하는 가운데 재고가 늘고 있다는 건 생산을 해도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항용 연구위원은 “최근 재고가 쌓이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생산 증가율도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도 불안하다.
4월 전체 소비재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늘었지만 자동차 컴퓨터 등 사용기간이 평균 3년 이상인 내구재 판매액은 5.8% 감소했다.
반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음식료 의약품 등 사용기간이 1년 미만인 비(非)내구재 판매액은 1.9% 늘었다.
○기업 “투자할 자신이 없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늘었다. 특수산업용 기계 정밀기기 컴퓨터 등에 대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설비투자 증가가 0.3%로 미미했기 때문에 올해 투자가 조금만 늘어도 증가율 자체는 커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미래 경기상황을 어둡게 보고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
LG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감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달러당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
○경기 둔화냐, 침체냐
LG경제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면 5∼12개월 뒤 경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본다. 4월까지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점은 분명해진 상태”라며 “하락 폭이 ‘둔화’ 수준일지, ‘침체’ 수준일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 탓에 한국경제의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부각하는 등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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