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은 글로비스 사장 “鄭회장 전화 받고 비자금 전달”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비자금 66억여 원을 조성한 혐의(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은 29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화를 직접 받고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상철) 심리로 이날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이 씨는 “정 회장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정 회장과 미리 합의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사전 공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부채 탕감 로비 명목으로 41억여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구속 기소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는 이날 같은 재판부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19억여 원을 현대차그룹의 채권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해 검찰이 금융기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김 씨는 로비자금을 2001년 7월∼2002년 6월 16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채권기관과 유관기관 등 10여 곳에 자금이 전달됐으며, 필요할 때마다 (현대차 계열사)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자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을 때마다 위아의 김평기 사장 등 상부에 로비 진행 상황 등을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로비자금이 채권기관 등에 전달된 2001년 당시 위아에는 김 사장과 김원갑 부사장이 재직하고 있었다.

검찰은 다음 달 초 김동훈 씨를 알선수재 외에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9일 오후 2시.

한편 정 회장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는 다음 달 1일 첫 공판에서 검찰이 기소 요지를 설명하는 모두 진술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관련자들이 아직 기소되지 않아 변호인이 수사 기록을 열람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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