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사주간지는 ‘별 관심 없다는 국민이 몇 달 전의 10%대에서 20%대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전하고 있다.
그래도 ‘역시 축구의 나라 독일’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월드컵 관련 상품의 다양한 가짓수와 기발함이다. 축구공과 유니폼은 기본. 역대 월드컵의 영광을 다룬 책이나 DVD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필립스사가 내놓은 ‘비어 TV’는 겉보기에 평범한 병따개다. 색다른 점은 축구장과 22명의 선수 포지션이 그려져 있다는 것. 왜 전자회사가 병따개를 월드컵 상품으로 내놓았을까. 사실 이 병따개는 ‘리모컨 겸용’이다. TV 채널과 볼륨 변경, 맥주병 따기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티셔츠 중에서는 유난히 작은 것이 눈에 뜨인다. ‘비공식 월드컵 마스코트’라고 쓰여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완견이나 고양이가 입도록 디자인된 것.
잔디도 월드컵 상품이다. 아크릴 통에 담긴 평범해 보이는 잔디 한 뼘이 75유로(약 9만 원).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베를린 경기장에 깔린 잔디와 같은 곳에서 자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공인 명품’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상품은 이른바 ‘피스골’. 평화를 뜻하는 ‘피스(peace)’가 아니라 오줌을 뜻하는 ‘피스(piss)’다. 물을 통과시키는 잔디 모양의 녹색 판과 작은 모형 골대, 고무줄이 달린 작은 공으로 구성돼 남성용 소변기에 장착할 수 있다. 남성이 ‘물줄기’로 공을 맞추며 골인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값은 단 7.9유로(약 9500원).
축구는 유난히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필드를 누비며 정복의 쾌감을 만끽하던 시절을 본능적으로 상기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래서일까, 축구와 ‘남성’의 결합이 예사롭지가 않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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