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황현주)는 30일 20조 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 원의 사기대출, 재산 국외 밀반출 등 11개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그룹 총수로서 사회적 책임과 기업 윤리를 망각하고 기업 확장에 집착한 나머지 재계 서열 2위인 대우그룹의 도산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최기선 전 인천시장에게 뇌물 3억 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우그룹에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등 국가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김 전 회장은 세계경영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준 기업인이었지만 법정에서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지시, 해외금융조직인 BFC를 통한 재산 국외 도피 등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고령이며 지병이 있는 점을 고려해 7월 28일까지 허가된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하지 않았다.
해외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귀국 직후 체포돼 다음 달 구속 기소됐지만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이 항소할 경우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는 항소심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김 전 회장은 △1997~1998년 옛 대우그룹 계열사에 20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해 9조8000억 원을 사기대출 받은 혐의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19조 원을 해외에 송금한 혐의 △그룹 해외금융조직을 통해 회삿돈 32억 달러를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 측은 "성장시대의 전환기에 활동한 김 전 회장의 사회 경제적 기여 등이 너무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생각 이상의 형량이 선고돼 당혹스러우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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