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일 6월1일은 넘기자” 종부세 회피 신경전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다음 달부터 강화되는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지역의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잇달아 입주를 미루고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6월 1일 보유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이날이 지나서 잔금을 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면 올해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 클래식’은 5월 말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6월 8일 이후로 늦췄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준공돼 당초 계획대로 이달 안에 입주할 수 있지만 조합 측이 6월 초로 입주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며 “강화된 세금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 아이파크’도 31일 입주를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입주자는 6월 3일 이후 입주할 계획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46평형이 현재 11억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며 “6월 1일 이전에 잔금을 납부하면 재산세와 함께 종부세도 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입주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4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더 샵’도 30일 현재 주민의 절반 정도만 입주한 상태다.

이 아파트 58평형의 시가는 13억5000만∼15억5000만 원으로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다른 주택과 합산하면 세금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시공사인 P건설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표준 계약서에 입주 완료 시점이 5월 29일로 돼 있어 나중에 입주하더라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입주를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하나 둘씩 나오는 모습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H공인 사장은 “20∼30평의 중소형 평형대 위주로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다주택 보유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덜 오르는 작은 평형의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Y공인 사장은 “당장 세금 부담 때문에 팔겠다는 사람은 없지만 최근 집값 오름세가 꺾이면서 대형 평형 소유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며 “앞으로 계속 약세를 보이면 팔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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