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화하세요.”
탤런트 한채영 씨가 TV 광고에서 눈웃음을 지으면서 전화하라고 권유하는 곳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입니다.
이 광고는 지상파 방송 3사와 EBS, 케이블TV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생활정보지나 공중 화장실에 ‘대출’이란 두 글자와 휴대전화 번호가 있는 스티커 광고를 주로 하던 대부업체가 지상파까지 진출한 것입니다.
대부업체 리드코프도 영화배우 최민식 씨를 모델로 4, 5월 지상파에, 유아이크레디트, 위드캐피탈, 산와머니 등은 케이블TV에 광고를 했습니다.
대부업체의 ‘방송 진출’은 정부의 대부업 양성화 정책과 업체 간 경쟁이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매출도 늘리고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지상파 광고비로 19억6000만 원을, 리드코프는 두 달간 9억 원 이상을 썼습니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 광고가 자칫 우량 금융소비자의 신용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은행은 대부업체에 신용조회를 한 사람에 대해 최소 1년간 대출을 안 해줍니다. ‘얼마나 급했기에 대부업체를 기웃거렸느냐’는 겁니다.
현재 금융회사들이 신용정보를 공유하지만 대부업체에서 얼마를 빌렸는지는 파악이 안 됩니다. 그러나 대부업체가 신용조회를 한 기록은 공유합니다.
한 씨의 미소에 혹해 전화했다가는 한동안 연 66%의 이자를 물리는 대부업체 외에 일반 금융회사는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23세 직장 여성입니다. 리드코프가 사금융인지도 모르고 3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요. 사금융이란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리드코프의 돈을 빨리 갚으려고 다른 회사에 문의도 해봤는데 대출이 안 된다고 하네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급합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알지만 대부업체의 광고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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