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창’ 광고시장 토종기업 ‘방패’

  • 입력 2006년 6월 2일 03시 03분


한국 광고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토종 기업’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4위 다국적 커뮤니케이션 그룹인 퍼블리시스의 간판 계열사 싸치&싸치는 지난달 30일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다국적 광고사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약 40%. 광고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취급액(광고주가 집행하는 전체 광고비) 기준 10위사 가운데 다국적사는 6곳에 이른다. 세계 4대 대형 커뮤니케이션 그룹(WPP 옴니콤 인터퍼블릭 퍼블리시스)이 모두 한국에 계열사를 갖고 있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다국적 광고사 비율은 6%에 불과했다.

다국적 광고사들은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다국적 회사와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 다국적사들이 일관된 광고 캠페인을 선호하는 까닭에 외국 시장 진출 시 광고사 바꾸기를 원치 않기 때문. 싸치&싸치 역시 ‘P&G’라는 대형 광고주를 따라 온 측면이 크다.

마일즈 영 금강오길비그룹 회장은 “한국 시장은 배울 게 많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한국 제품이 아시아지역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테스트 베드’로서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것.

광고제작 외 프로모션 이벤트 분야의 성장가능성도 크다고 영 회장은 설명했다. 금강오길비그룹은 이 분야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설 계획.

그러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 광고사(인하우스)의 입지가 견고한 까닭에 다국적사들의 성장이 쉽지만은 않다.

다국적사들의 시장 진출이 시작됐을 때 이들이 한국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지만 계열 광고사의 입지는 여전하다.

10대 광고사 가운데 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계열 광고사가 57%에 달한다.

더구나 최근 들어 계열 광고사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계열 광고사 ‘이노션’을 만든 것을 비롯해 오뚜기(애드 리치) 명인제약(메디커뮤니케이션) 등도 계열 광고사를 만들었다.

‘보안 유지’가 편하고 업무 진행에 있어서도 ‘내 집 사람’이라 편하기 때문. 광고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일관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계열 광고사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러나 계열사가 아닌 경쟁사 물량 수주가 어려운 것은 인하우스의 한계로 꼽힌다. 해외 시장 진출이 제일기획 오리콤 등 주로 계열 광고사에서 잦은 것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시장만큼이나 토종기업의 저력이 강하다는 광고 시장에서 최후로 누가 웃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광고업계 10대 광고사(2005년 기준)
순위광고사취급액(억 원)모기업비고
1제일기획1조6963삼성그룹 계열사
2LG애드6123WPP다국적
3TBWA코리아 3583옴니콤다국적
4대홍기획3446롯데그룹 계열사
5금강오길비2614WPP 다국적
6웰콤2478퍼블리시스다국적
7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2014덴츠다국적
8오리콤1777두산그룹 계열사
9이노션1483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10맥켄에릭슨&유니버셜맥켄1210인터퍼블릭다국적
자료: 광고단체연합회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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