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고전하는 글로벌 기업들 “코리아 신토불이 사세요”

  • 입력 2006년 6월 2일 03시 03분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무덤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영자 일간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달 22일 세계 유통 1위 업체 월마트가 한국 내 점포 16개를 신세계에 매각하고 진출 8년 만에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표현했다. 》

○ ‘염전 아저씨-배추 아저씨’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은 과일 채소 고기 등 ‘신선식품’ 분야에서 토종 할인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신세계 이마트는 ‘팜 프로젝트’로 국내 소비자 입맛을 맞췄다. 직원들이 전국의 농촌을 훑고 다니며 농산품을 발굴하고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

이마트 장봉기 바이어는 “1년 내내 농가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하면 농사일도 거들었다”며 “회사에서 농사꾼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마트에는 장 바이어처럼 ‘염전 아저씨’ ‘배추 아저씨’로 불리는 바이어가 적지 않다. 롯데리아는 토종 햄버거 ‘불고기 햄버거’를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를 제쳤다.

롯데칠성도 코카콜라의 물량 공세를 여유 있게 따돌린 비결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을 꼽는다. 이 회사가 2004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선보인 신제품만 20여 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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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뛰어든 글로벌 브랜드들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알로에와 매실로 만든 주스 3종(미닛 메이드)을 시판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한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니레버코리아의 차 전문 브랜드 립톤은 지난달 25일 전남 보성과 지리산 화개 찻잎으로 만든 녹차 4종을 선보였다.

최근 동원F&B의 보성녹차, 롯데칠성 지리산 생녹차 등 녹차 음료가 한국의 젊은층에서 인기몰이를 하자 뒤늦게 녹차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프랑스 화장품업체 로레알 비오템은 지난해 7월 인기 여가수 ‘이효리’의 이름을 딴 ‘효리 핑크’라는 립스틱을 만들어 국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프랑스 본사가 정한 서양인 광고모델 원칙을 깨고 한국인 여배우 ‘최지우’를 모델로 기용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국내 영업이 부진해지면서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기업 자만해서는 안돼

일부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그들보다 낫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장강일 책임연구원은 “국내의 성공이 해외에서의 성공을 담보하거나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도 현지화에 소홀하면 한국에서 실패한 외국기업 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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