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왜! 상생경영인가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경기 평택시의 ㈜광원은 자동차의 에어컨, 히터 등 공조장치 온도를 감지하는 온도서미스터(온도센서)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1년여가 지나면 온도써미스터에 균열이 생기고 누수현상이 발생했다. 온도서미스터의 몸체인 에폭시 수지와 PVC 전선의 열팽창계수 차이가 주 원인. 이로 인해 제품개발 및 시장 확대의 한계에 부닥쳤다.

고민을 거듭하던 박광호 사장은 2001년 LG화학이 세계 최초로 열전도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 LG화학에 열전도성 플라스틱을 공조장치 센서용으로 공동 개발하자는 제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광원의 연구원 3명과 LG화학 연구원 6명이 달라붙어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지난해 7월 마침내 누수현상이 없는 완벽한 수지를 탄생시켰다. 기존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광원은 세계 처음으로 열전도 플라스틱을 이용한 방수 서미스터를 출시해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주문이 몰리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55억 원의 매출에서 올해 70억 원, 내년에는 100억 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역시 고수익 제품군 창출에 성공하게 됨으로써 모범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윈윈’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큰 시너지효과를 안겨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강호영 부장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들과의 기술개발,인력양성,자금협력 등 상생 경영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 상생 협력이 기업경쟁력 높여준다

지난해 전경련이 회원사 6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의 76.5%가 신기술 제품 공동 연구, 부품 개발 및 설비 국산화 등 대·중소기업 간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상생 협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영혁신, 기술 협력, 인력 파견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슬라이드폰 앞판과 뒤판을 연결하는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는 등 상호 기술협력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통한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 최근엔 해외에 있는 중소기업과 손잡는 글로벌 아웃소싱도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국내 부품 소재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일류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정도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GM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미국산 부품 대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부품의 구매규모를 연간 6억 달러에서 2008년까지 2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드는 지난해 말 10억 달러 규모의 부품 구매단이 방한해 국내 27개 부품업체에 대해 실사(實査)를 했다.

● 미국 일본도 대·중소기업 협력 강화

일본은 2002년 일본공정거래법상의 출자한도 규제 폐지 이후에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규제 폐지 이후에 중소기업의 지분을 소유한 대기업은 주인의식을 갖게 돼 보다 안정적인 지원과 투자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주요 협력사들에 50% 가까운 지분 출자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부품 외주비율은 50% 정도지만 도요타자동차는 외주비율이 70%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중소기업을 국가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활력 있는 다수(The Vital Majority)’로 규정하고 각종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예산을 갖고 있는 연방기관들이 예산의 2.5%를 중소기업에 배분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촉진 프로그램(SBIR)’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시켜 주고 정부기관 입찰시 우대 혜택도 주는 ‘스승-부하(Mentor-Protege)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지원정책들이다.

미국은 정부의 집중 지원과 대·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협력 확대로 정보기술(IT) 정유 방위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상생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주요 기업의 대·중소기업 협력내용
기업내용
삼성전자공장선진화(36개 업체) 국산화(15개 업체) IT인프라구축(72개 업체) 프로세스 개선(230개 업체) 미래경영자 양성(24개 업체) 지원 연간 14조 원의 물품거래대금 매월 두 차례 현금성 결제
현대 자동차중소협력회사 경영 안정화를 위해 연구개발비 운영자금 등으로 연 2조 원 이상 협력회사 제공
LG전자생산성 향상, 시설 확장,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자금 등으로 1000억 원 규모 지원, 결제기간 60일에서 15일로 단축으로 협력회사에 연 200억 원의 지원효과 발생
포스코제철설비 중소기업 발주물량 총규모를 2004년 1조8200억 원에서 2005년 2조6900억 원으로 확대
삼성SDI협력회사의 품질 향상, 원가 절감, 유해 물질 개선을 위한 설비투자자금 등 5년간 250억 원 규모로 자금 지원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업종별 협력부문별 대·중소기업 협력 현황 (단위:%)
구분경영혁신기술협력생산공정판매마케팅인력파견거래협력자본협력
전체40.359.738.840.361.276.116.4
제조업47.176.561.847.167.676.526.5
서비스업33.342.415.233.354.587.961.0
전경련 회원사 66개사 조사, 복수응답.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글=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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