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60만 원대의 고가(高價) 휴대전화를 공짜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이날 합법적 보조금 이외에 수십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덤으로 얹어 줬습니다. 이 같은 ‘게릴라 식’ 보조금 지급은 다음 날인 1일까지 이어졌습니다.
두 회사가 각각 입수한 상대 회사의 ‘대리점 정책서’를 받아 봤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낮 12시 “LG텔레콤 가입자를 SK텔레콤으로 끌어올 경우 10만∼30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각 대리점에 지시를 내렸다가 오후 3시부터는 지급 규모를 10만 원 더 확대했습니다.
LG텔레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기존 SK텔레콤 가입자가 이 회사 고객으로 전환하면 최대 30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했습니다. 다음 날인 1일도 사정은 비슷해 두 회사 간 번호 이동 규모는 평소의 4, 5배에 달했습니다.
“지난달 내내 LG텔레콤은 상도(商道)에 어긋나게 불법 보조금을 뿌렸다.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따끔한 맛을 보여 준 것이다.”(SK텔레콤 관계자)
“SK텔레콤이 먼저 LG텔레콤 가입자를 콕 ‘찍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렇게 비열한 방법은 처음이다.”(LG텔레콤 관계자)
3월 말 보조금 정책이 시행된 이후 한동안 안정 추세였던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달부터 ‘불법 보조금의 진흙탕’이 됐습니다. 두 회사 모두 문제가 있지만 SK텔레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회사의 불법 마케팅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군가 불법 보조금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SK텔레콤 측의 해명은 군색하기까지 합니다. 3등(LG텔레콤)이 얄밉다고 1등(SK텔레콤)이 불법 보조금을 리드했으니까요.
SK텔레콤은 얼마 전 ‘파이 나누기’식 국내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보여 준 행태에서 시장지배 사업자로서의 의연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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