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초저가 화장품 ‘고급화’ 바람

  • 입력 2006년 6월 7일 02시 59분


《‘화장품 값의 거품을 빼겠다.’(2004년)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하겠다.’(2006년) 미샤, 더페이스샵 등 초저가(超低價) 화장품 업체들이 2년 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1만 원대 미만의 초저가 화장품으로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저가 화장품 시장은 경쟁이 극심한 ‘레드 오션’이 됐다. 저가 화장품 업체들이 고심 끝에 찾은 대안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고급화’였다.》

○ 고민하는 저가 화장품 업체

미샤를 판매하는 에이블씨엔씨의 매출 신장률은 2004년 760%에서 지난해 8.7%로 뚝 떨어졌다. 작년 4분기(10∼12월)부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고 미샤의 새 브랜드 스위스퓨어는 최근 가맹사업을 접었다.

더페이스샵도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소망화장품의 뷰티크레딧 등 중견 화장품 업체의 브랜드와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 등이 저가 시장에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 판매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저가 시장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 위기로 다가왔다.

화장품은 1만 원 안팎이지만 모델은 장동건(미샤), 권상우(더페이스샵), 송혜교(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 등 톱스타를 기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한정된 상권(商圈)에서 경쟁하다 보니 다른 브랜드로 ‘말 갈아타기’도 빈번했다.

최근 가맹사업을 시작한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상담 전화 중 절반은 다른 브랜드 숍을 운영하는 가맹주”라고 귀띔했다.

○ 이젠 이미지 경쟁이다

“소비자들은 몇천 원 싼 것보다 감성을 더 따지더군요.”(에이블씨엔씨 양순호 사장)

“이젠 저가 시장도 가격 경쟁보다는 콘셉트 경쟁입니다.”(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담당 양윤정 부장)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제품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미샤는 올해 4월 고급 메탈 소재의 용기를 사용한 1만 원대 색조화장품 ‘M’을 내놓으며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초저가 이미지를 떨치려고 애쓰고 있다.

더페이스샵도 3월경 자체 연구개발(R&D) 센터를 처음 만들고, 판매 제품 중 30∼40%의 품질과 용기를 고급화하기로 했다. 제품 이미지도 ‘고급스러운’ 자연주의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바닐라코, 에뛰드,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 등 후발 주자들도 백화점 뺨치는 고급 인테리어에 각각 ‘패션’ ‘공주’ ‘허브’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시장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저가 화장품 업체의 고급화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1만 원 미만의 초저가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양 사장은 “기존의 3300원대 제품군은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라인을 추가해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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