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블랙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독특한 소재나 문양을 더한 검은색 제품을 일컫는 말.
최근 노트북PC 카메라 등 기술집약적 제품에서부터 커피포트 전기밥솥 등 주방가전에 이르기까지 검은색을 기본으로 한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도 올해 가장 유행할 색상으로 블랙을 꼽을 정도.
디자인 전문가들은 “전자업계가 패션시장보다 한발 빠르게 프리미엄 블랙의 유행을 선도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나온 블랙 제품은 과거와는 달리 특수 소재나 문양을 사용하거나 제작 수량을 한정해 희소성을 높인 것이 특징.
이달 초 HP가 발표한 차세대 노트북PC ‘파빌리온 dv2000’은 특수 소재의 블랙 마감재를 사용했다. 고광택 소재에 도자기나 고급 승용차 내장 장식에 사용되던 ‘상감(象嵌)’ 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유행에 민감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도 블랙이 인기다.
소니는 최근 블랙 디자인의 최고급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사이버샷 DSC-T30’을 선보였다. 한정 생산되는 이 제품은 출시 후 곧바로 품귀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블랙 열풍은 검은색이 금기시되던 주방가전 제품에까지도 번졌다.
유럽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고품격 주방가전 제품인 ‘브렉퍼스트’ 시리즈를 모두 블랙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커피메이커, 토스터에 이어 흰색이 주류이던 무선 주전자까지 검은색을 썼다.
검은색 밥솥도 나왔다. 주방가전 전문 업체인 리홈은 최근 내놓은 ‘블랙 앨번IH압력밥솥’이 큰 인기를 얻자 생산량을 늘렸다.
거울 효과가 나는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블랙 미러’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도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바 등이 부착된 이 냉장고는 이 회사의 일반 제품보다 70% 정도 비싸지만 판매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프리미엄 블랙’의 유행은 자동차 업계와 생활소비재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신형 쏘렌토의 고급형 모델을 블랙 색상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인 엔프라니는 여성용 콤팩트형 파운데이션 ‘슬림 블랙 팩트’를, 애경은 기능성 샴푸 ‘케라시스 스칼프 클리닉’을 블랙 디자인으로 내놓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패션용품점을 운영하는 박지은(27) 씨는 “극도로 단순화한 표현법인 ‘미니멀리즘’이 다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절제미가 강조된 블랙 디자인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의류 디자인을 선도하는 경우도 많아 전자제품 발표회가 트렌드 세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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