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손절매에 떨지 마세요

  • 입력 2006년 6월 7일 02시 59분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에 쏠리고 있다. 손절매란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더는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주식을 파는 투자 기법.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매수한 가격에서 얼마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팔도록 회사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손절매가 시작되면 이 물량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절매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새로운 손절매가 시작돼 주가가 폭락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그럴 위험이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기관이 본격적으로 손절매를 시작할 시점까지 다소 여유가 있다는 것. 따라서 기관 손절매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미리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 기관 손절매 아직은 아니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매수 가격에서 10% 정도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일반적으로 손실이 15%가량 돼야 손절매를 시작한다.

이 기준이 지켜진다면 아직 기관의 손절매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지수 하락 폭이 최고점에 비해 11%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

물론 종목별로 15% 이상 떨어진 것도 있다. 또 손절매 기준을 손실 15%보다 낮은 10% 정도로 잡은 기관도 있어 지금 손절매 물량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관이 본격적으로 손절매를 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우선 기관투자가들이 코스피지수 1,450 선 위에서 주식을 매수한 금액은 3340억 원 수준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정도가 아니다.

또 기관이 손절매를 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펀드 가입 고객들이 환매(중도 인출)를 요구하기 때문. 그런데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달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오히려 4월에 비해 3조 원가량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관 손절매가 ‘당장 터질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 “기관 손절매를 두려워 말라”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보통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그때가 주가의 단기 바닥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기관이 손절매로 주식을 파는 것은 그야말로 규정에 의해 기계적으로 파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가 되면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이제 나올 물량은 거의 다 나왔다”는 공감대가 확산된다는 것.

따라서 이렇게 나오는 주식은 기업 가치에 비해 싼 경우가 많으며 이를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 세력도 적지 않다.

또 최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 1,300 선이 지켜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꽤 강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5일에도 지수가 한때 1,300 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결국 다시 이 선을 회복하는 등 지수 1,300 선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마지노선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의 바닥이 지수 1,300 선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 근처에서 기관이 기계적으로 우량주를 팔아 치운다면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수대별 기관투자가 주식 매수 금액
기간코스피지수 범위매수 금액(원)순매수 금액(원)
5월 8∼11일1,450.44∼1,464.703,340억 23억
12∼15일1,413.98∼1,445.202,529억-1,308억
16∼19일1,365.15∼1,401.474,582억-1,081억
거래소시장 기준. 순매수금액은 매수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 자료: 증권선물거래소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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