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땐 변동금리→이자는 고정금리, 국민-씨티銀 고객피해

  • 입력 2006년 6월 7일 02시 59분


변동금리로 대출해 준 뒤 시장금리가 떨어져도 대출금리를 그대로 묶어 둬 고객들에게 손해를 보게 한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부동산 저가 임대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부당하게 운용해 고객들에게 총 59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69억1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제재는 △국민은행 과징금 63억5300만 원, 경고 2건 △한국씨티은행 과징금 5억6300만 원, 시정명령 1건 △신한은행 시정명령 1건이다.

63억여 원은 공정위가 금융회사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 김병배 시장감시본부장은 “피해를 본 고객들은 해당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공정위 결정 때문에 소송에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에게 어떤 손해를 끼쳤나

공정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02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장금리가 5.24%에서 3.77%로 하락했지만 6, 12개월 변동금리 상품인 ‘웰컴주택자금대출’과 ‘새론주택자금대출’의 기준금리를 각각 7.70∼7.90%, 7.65∼7.95%로 고정시켰다.

국민은행은 이런 불공정거래로 월평균 36만7000계좌의 고객들에게 모두 488억 원(계좌당 평균 13만2000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또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가계집단중도금대출금’을 상환받으면서 대출약정서에 조기상환 수수료 조항이 없었는데도 1만9489계좌의 상환 금액 6274억 원에 대해 조기상환 수수료 67억9000여만 원을 받았다.

이 은행은 또 거래 정지된 카드 회원의 적립 포인트를 삭제하고 연체 고객에 대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지 않아 고객들에게 1억8000여만 원의 불이익을 안긴 뒤 원상회복시켰다.

한국씨티은행은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시장금리가 5.24%에서 3.71%로 하락했는데도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를 8.30%로 묶어 둬 고객들에게 34억 원의 불이익을 줬다.

○은행들은 반발

국민은행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즉각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출 상품은 시장금리 연동 상품이 아니라 시장금리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로 이자율이 결정되는 상품”이라며 “중도상환 수수료도 약정서에 기재만 안 되었을 뿐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가 이날 과징금을 부과한 대출금리 문제는 이미 지난해 4월 금융감독위원회가 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에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어 이중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 김병배 본부장은 “법의 목적이 다르면 같은 건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앞으로 금융기관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10개 시중은행의 금리 및 수수료 담합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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