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초대형 뮤지컬 ‘라이온 킹’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다음 달 판매가 시작되는 ‘라이온 킹’의 티켓 최고가를 9만 원으로 결정했다.
그 밑의 등급은 7만, 5만, 3만5000원.
이는 현재 국내 뮤지컬 티켓 가격보다 30%가량 낮은 파격적인 것.
아사리 게이타 시키 대표는 7일 내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온 킹’의 티켓 가격에 관한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문을 들은 일부 국내 뮤지컬 제작자는 서둘러 티켓 가격 인하를 결정하는 등 국내 뮤지컬계는 이미 ‘라이온 킹’이 몰고 온 가격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 ‘라이온 킹’, 뮤지컬계 집어삼킬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 중 가장 제작비가 비쌌던(약 120억 원) 뮤지컬 ‘아이다’의 티켓 최고가가 12만 원, 곧 막이 오를 ‘맘마미아’가 13만 원, ‘지킬 앤 하이드’가 12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라이온 킹’은 25∼30% 싸다.
당장 ‘라이온 킹’과 맞붙게 된 ‘에비타’가 티켓 가격을 9만 원으로 ‘낮췄다’. 공연 최대 성수기인 연말에, 대극장인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에비타’는 통상대로라면 최고가로 12만 원을 받았을 작품. 하지만 ‘에비타’의 프로듀서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 9만 원으로 책정했고, 상황에 따라 8만 원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라이온 킹’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어떻게든 9만 원에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극장 규모 뮤지컬도 ‘라이온 킹’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다. 올해 말 대학로에서 막을 올릴 뮤지컬 ‘스펠링 비’의 제작자인 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는 “‘스펠링 비’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최신작인 만큼 티켓 최고가가 5만∼6만 원은 돼야 손해를 안 볼 수 있지만 대작 ‘라이온 킹’이 9만 원인데 중극장에서 5만∼6만 원을 받을 수 있을지 더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국내 뮤지컬, 대응책 고민
시키의 ‘9만 원 카드’에 국내 뮤지컬계는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년에 3편 정도 뮤지컬을 해온 설앤컴퍼니의 경우 내년에는 일단 ‘캣츠’ 한 편만 내놓을 계획이다.
설 대표는 “막강한 ‘라이온 킹’에 맞서 티켓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작비를 줄여야 하고, 결국 제작비의 60%에 이르는 인건비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스태프 등의 개런티가 3배 가까이 인상됐다”고 말했다.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은 “시키가 일본 공연 때의 티켓 가격(1만1550엔·9만7000원)보다 더 싼 9만 원으로 한국 공연가를 책정했다는 것은 자본으로 한국 뮤지컬계를 공략하겠다는 공격적 마케팅이자 취약한 국내 공연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국내 뮤지컬 제작의 위축을 우려했다.
반면 개런티를 낮추기 위한 신인 배우의 적극적인 발굴이나 작품에 합당한 가격 책정 노력 등이 장기적으로는 뮤지컬계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헤드윅’의 제작자인 송한샘 쇼노트 이사는 “뮤지컬 저변 확대나 뮤지컬 대중화를 위해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상황”이라며 “1년쯤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태될 사람은 도태되고 뮤지컬계 체질이 건강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국내뮤지컬 티켓값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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