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증시 동반 폭락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조짐은 반갑지 않은 것이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계속된다면 장기 성장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5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정책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는 즉각 6월에도 금리를 인상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6일 세계 증시는 2%가량 동반 폭락했으며 7일에도 아시아 국가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88%(288.85엔) 떨어진 15,096.01엔, 대만 자취안지수는 1.75%(117.53) 떨어진 6,612.74로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오후 1시 51분경 코스닥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 매도거래가 정지됐다. 사이드카 발동은 올해 들어 4번째.
○ 미국 경기침체로 이어지나
세계인의 관심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집중되는 이유는 그 영향으로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01년(경제성장률 0.75%)까지 침체에 빠졌다가 서서히 살아나 2004년(4.2%) 정점을 맞은 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우증권 고유선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5.0%) 수준이라면 3%대 경제성장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금리가 5.5%를 넘어서면 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수출기업이 이끄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 후반∼5%대 초반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동환 연구원은 “금리정책이 경기와 물가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면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아직 경기가 견딜 만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주식 투자는 ‘긴 호흡’으로
당분간 주가에 ‘볕들 날’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8일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데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해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1,200 선 초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기에 장기전을 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그동안 약세론을 펴온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2월부터 국내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증시는 7, 8월부터 반등해 내년에는 작년만큼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 박찬익 상무는 “이달 들어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5월보다 확실히 줄었다”며 “미국 금리정책의 불확실성이 걷히면 증시도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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