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의 韓銀’ 콜금리 0.25%P 인상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04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오전 11시 20분경 한은 1층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미소를 지었다.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 인상을 결정한 직후였다. 이번에도 콜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콜금리 인상과 동결에 대한 견해가 팽팽했다. 이번에 못 올리면 올해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와 콜금리를 올린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 한은이 덤터기를 쓸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은은 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했다.》

○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 대응

한은은 하반기(7∼12월)에 물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지금까지는 원화 강세와 농산물 가격 하락 덕분에 안정적이지만 국제유가가 오르고 경기 회복세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금리인상에 따른 역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수출이 꾸준히 늘고 소비와 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기본적으로 경기 상승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계속 올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콜금리 인상의 한 요인이다.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본 유출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 이날 콜금리 인상으로 양국의 정책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미국 5.0%, 한국 4.25%)로 좁혀졌다.

정부의 강공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점도 콜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 예금 및 대출금리 오른다

콜금리 인상은 금융권의 예금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은 이날 예금금리를 0.1∼0.3%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다른 은행들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오른 예금금리는 신규 예금에만 적용된다.

반대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콜금리처럼 0.25%포인트 오른다고 하면 1억 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연 25만 원, 2억 원을 빌렸으면 연 50만 원의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5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8조5903억 원. 대출이자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적으로 4965억 원가량 이자가 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주택 수요가 줄고 매물은 늘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올해 안에 또 올릴 가능성은 낮아

이 총재는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콜금리가 연 4.25%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7월 이후 콜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경기, 물가 상황, 금융시장 및 자산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서 균형 있게 하겠다”는 원칙론을 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선임연구원은 “경기 둔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금리 인상으로 잡아두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팀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신 팀장은 “만약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면 이번 콜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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