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본부 사장 승진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회견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04분


“한국 정부는 정책을 시행할 때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달 1일자로 GM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으로 승진하는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57·사진) 사장은 8일 전북 무주군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02년 10월 GM대우 출범과 함께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GM대우 경영정상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예상보다 빠른 지난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대우인천차를 조기 인수했으며 대우차 시절 해직된 생산직 직원 중 희망자 1600여 명을 전원 복직시켰다.

라일리 사장은 “그동안 회사를 이끌며 안정적이고 공정한 환경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국 정부 측에 계속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차 규격 개정을 예로 들었다.

“2002년 정부가 1년 내에 경차 규격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GM대우는 기존 규정에 맞춰 경차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미 상당한 투자가 진행된 데다 1년 내 새 차를 개발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책을 바꿀 때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실시해야 합니다.”

라일리 사장은 결국 강력하게 항의해 2008년으로 개정 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책 논의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알고 보니 정부는 당시 GM대우의 경쟁사와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차 규격 변경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정책 변경 등과 관련해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임금 상승 등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데 대해서는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좀 더 많은 새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시로 직원들과 만나 경영 현황을 설명하고 축구 등산을 함께 즐기는 등 스킨십 경영을 바탕으로 GM대우를 ‘GM의 효자’로 만들어낸 라일리 사장.

그는 이제 휘청거리는 GM이 회생의 탈출구로 선택한 아시아시장을 이끄는 더 큰 도전을 시작한다. “GM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아시아 자동차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라일리 사장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후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외국인이라면) 눈과 귀는 활짝 열면서도 입은 닫고 시작하세요.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이해해야만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답니다.”

라일리 사장은 인수인계를 위해 10월까지 한국에 머문다.

“GM대우 이사회 회장 직도 함께 맡게 돼 한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됐습니다. 한국을 떠난 뒤에도 GM대우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영원한 후원자로 남겠습니다.”

무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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