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만으론 부족” 산업재 생산기업 등 고객서비스 경영 시동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이 아파트에는 어느 회사 철근을 사용했나요? 욕실샤워부스와 대리석은 ○○회사 제품이 맞나요?”

집을 살 때 고객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산업재도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재 생산 기업이 변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품질에 큰 차이가 없게 되자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 산업재도 ‘마인드’ 가져야 산다

철근을 만드는 대한제강의 전 직원은 1일부터 전국 322개 건설 현장에서 의견을 듣는 ‘현장 투어링’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투어링 결과를 반영해 △철근을 원하는 길이로 잘라 공급하고 △배송 차량 도착 시간을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미리 알려주며 △배송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운송업체를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강원 동해시 금호건설 어울림아파트 정재호 자재담당과장은 “건설 현장에서 서비스라는 것을 받아 보니 매우 신선했다”며 “철근 절단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반겼다.

정 과장은 “대한제강은 건설 현장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업체인데, 최근 입소문이 나면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대한제강 오형근 사장은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집이나 건물을 살 때 ‘대한제강’ 철근 사용 여부를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2월 바닥재, 벽지, 대리석 등 건축자재 부문에서 처음으로 통합 브랜드 ‘지인’을 도입했다.

회사 측은 톱스타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3년간 330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LG화학 HS사업부 마케팅담당 강태윤 부장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팔면 된다는 제조업 마인드로는 더 성장하기 어렵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 서비스는 장기 투자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날 일이 없는 삼성석유화학도 지난해 11월 ‘3·2 way’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모든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서비스업인 3차산업의 마인드로 제조업인 2차산업에 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뛰어난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 MK택시를 벤치마킹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두 차례 전체 직원에게 전화 예절, 인사법 등 친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본사 공장 화장실에는 헤어젤을 둬 거래처를 방문하기 전에 머리를 다듬도록 했다. 배송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도 트레이닝 바지나 슬리퍼 차림이 아니라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삼성석유화학 박성훈 경영지원실장은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고객에게 서비스 하나라도 더 제공하는 제품이 선택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건창호도 업계에서 처음 대리점 망을 구축하고 소비자 대상 애프터서비스(AS)팀을 신설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항 소장은 “산업재 기업이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은 사람이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곧바로 매출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이 해당 기업을 선호하게 만든다”며 “특히 산업재는 여러 관련 제품을 함께 만드는 경우가 많아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다른 제품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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