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사회공익활동 사이트 ‘사이좋은 세상(cytogether.cyworld.com)’은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자 돕기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어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등 7개 구호 단체도 자원봉사나 후원금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이곳에 올렸다.
하루 만에 2300여 명이 지진 피해자 후원에 참가했다. ‘힘을 내라’는 내용의 격려 댓글도 1200건 이상 올라왔다. 9명은 자비로 항공 요금까지 부담하며 1주일간 인도네시아 현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이용한 사회공헌 커뮤니티. 누구나 원하는 사회봉사 단체와 일촌을 맺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기부할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25만 명이 ‘도토리’를 기부했다. 자원봉사 신청은 약 2만2000건.
NHN은 지난달 10일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운영하는 기부 포털 사이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통해 ‘콩 200만개 퍼뜨리기 이벤트’를 열었다. 누리꾼들이 간단한 퀴즈를 풀고 사이버 기부금 ‘콩’(콩 1개는 100원에 상당)을 받아서 원하는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행사다.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 기부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달 일정의 행사는 닷새 만에 끝났다. 준비한 2억 원 상당의 ‘콩’ 200만 개가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추가 행사를 열어 달라’는 등의 댓글 6만여 개가 달렸다. 지난달 30일 열린 2차 행사도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디지털 세상에 ‘나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기업과 누리꾼이 함께 만드는 나눔의 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것.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 한국의 앞선 인터넷 문화는 척박한 기부문화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는 기업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현금이나 현물 기부, 임직원 자원 봉사로 채울 수 없는 ‘2%’를 인터넷을 통해 채우고 있는 것. 인터넷은 사회복지단체와 기부자를 연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Be sunny’(withheart.sktelecom.com)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이트. 이 밖에 KTF(thinkkorea.ktf.com) 한화(welfare.hanwha.co.kr) 현대자동차(shareway.hyundai-motor.com) 등의 사회공헌 사이트가 있다. ‘야후!나누리’(kr.news.yahoo.com/nanuri), 다음세대재단(www.daumfoundation.org). 구글파운데이션(www.google.org) 등은 인터넷 기업의 사회공헌 사이트.
사회공헌 컨설팅기업 라임글로브 나성수 전략기획팀장은 “기업들이 과거에는 일방적인 홍보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했지만, 최근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기폭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1급 이찬우(45) 씨는 1987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에게 인터넷은 새 삶의 시작이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이 마련한 창업스쿨 ‘나의 왼발’을 수료한 뒤 인터넷 경매를 통해 한 달 평균 3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이 씨의 사례처럼 최근 기술과 상품시장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문효은 부사장은 “인터넷을 통한 기부 문화 확산뿐만 아니라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미디어 교육과 젊은이들에게 문화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나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3만 원대 휴대전화, 50만 원대 노트북 등 초저가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저소득층 시장이 빈곤 등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프라할라드 교수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저소득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박 용 기자 parky@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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