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금을 농협이 자체 이익잉여금으로 조달하려면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기 신경분리를 추진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농협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연구용역 결과를 최근 농림부에 보고했다.
농협은 이를 토대로 27, 28일 이사회와 대의원회의를 열어 이달 말 정부에 제출할 자체 신경분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경분리가 단기적으로는 실익이 없고 농업과 축산 부문으로 이뤄진 경제사업의 위축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은행이나 공제 등 신용사업 재원을 활용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한 뒤 신경분리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특히 신경분리를 하려면 모두 7조6816억 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농협 자체적으로 확충하려면 15년이 걸리고 증자 등을 통한 자본조달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서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7조6000억 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자산 분할 때 신용사업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맞추기 위해 3조3077억 원이 필요하고, 경제사업 자립에 필요한 추가 자본이 4조3739억 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농협 신경분리는 10여 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다.
농림부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이달 말 최종안이 제출되면 공청회 등을 열어 이르면 올해 안에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신경분리가 이뤄지게 할 방침이다.
농림부는 농협의 신용사업 부문을 완전히 분리해 일반은행이나 특수은행으로 만드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업의 실익 증대라는 농협 신경분리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신경분리 뒤에도 현행 농협법 테두리 내에서 신용과 경제 부문의 상호 유기적인 지원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한편 농협은 경제사업보다는 돈이 되는 신용사업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말 신용사업 부문의 자산은 129조 원인 반면 경제사업 부문의 자산은 5조 원에 그쳤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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