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같이 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는 토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확실치 않으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이다.
○ 대규모 토지 소유자 “팔자”
2004년 충남 연기군의 임야 1만8000평을 투자 목적으로 샀던 박모(56·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최근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찾아 땅을 팔 방법을 상의했다.
박 씨는 “내년 1월부터 부재지주가 땅을 팔면 60%의 양도소득세와 6%의 주민세를 포함해 양도차익의 6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어떻게든 올해 안에 땅을 처분할 생각이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6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기재하도록 의무화된 것도 토지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공시지가가 시세의 30∼40% 수준인 땅이 많아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실거래가가 공개되면 내년부터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토지전문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 김영호 전무는 “요즘 걸려오는 전화 10통 중 9통은 땅을 팔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로 연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땅을 팔려는 사람 중 절반 정도는 2003, 2004년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개발호재를 타고 충남지역 땅을 산 사람들이라고 김 전무는 귀띔했다. 또 1000평 단위의 소규모 토지보다 1만 평 단위로 땅을 구입한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이 많다는 것.
김 전무는 “아직까지 값을 크게 낮춘 매물이 많지 않지만 가을이 되면 세금 중과 시한에 쫓겨 급매물이 많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사려는 사람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 매물 쏟아지는데 거래는 없어
지난해 12월 토지 거래량(면적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5%나 급증했다. 같은 달 거래된 땅은 31만9212필지로 1997년 건설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였다.
올해 1월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땅을 판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토지거래량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8.5%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2월 ―18.4%, 3월 ―29.7%, 4월 ―36.6% 등 갈수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반면 경매와 공매로 나오는 토지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31대책이 발표된 이후 매달 7000∼8000건 수준이던 경매물건이 올해 4월에는 9826건으로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행정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개발계획이 쏟아지던 때 땅을 산 사람들이 토지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과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땅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전문업체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부장은 “경매나 공매에 나온 토지 매물은 늘어나는 데 비해 사려는 사람은 줄면서 낙찰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경매와 공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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