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실세 규명이 핵심=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 등 외환은행 경영진은 론스타 외에 다른 투자자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또 은행법상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자격을 주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 규모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변양호(구속)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2003년 7월 3일 담당 사무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수 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부실 금융 문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은행장이나 금융감독 당국의 국장급 간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하고 사실상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조3000억 원 규모의 은행 매각을 진행하면서 시중은행장이나 재경부와 금감위 국장급 간부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고 부적절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감사 결과에는 외환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윗선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듯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쪽으로 일을 처리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또 외환은행 매각이 ‘론스타에 매각한다’는 특정한 방향 아래서 서둘러 추진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은행장이 외환은행 매각을 부적절하게 주도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은행장이 무슨 힘이 있어서 결정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당시는 정권이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었던 만큼 정권의 막후 실세가 매각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장이나 금융감독 당국의 국장급은 물론 장관급 이상의 현 정권 실세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 |
▽주요 인물 사법 처리될까=감사 결과에는 관련자의 범죄단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또 론스타의 로비 의혹도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인물을 사법 처리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중요한 축이 될 수밖에 없다. 채동욱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개인 비리가 드러나면 그때그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변 전 국장이 외환은행 매각 실무를 주도한 데다 우선 소환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출국 금지한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사법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2003년 당시 론스타에 법률 조언을 해 준 김&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측면에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리의 인맥을 일컫는 ‘이헌재 사단’ 등 전현직 금융계 고위 인사 20여 명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지만 사법 처리되는 사람은 의외로 적을 수 있다.
검찰이 사건의 실체 규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데다 정책 판단의 오류 여부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혐의(직무유기 등)로 기소됐으나 2004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채 기획관이 “이번 사건의 성격이 특정 개인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