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전쟁’…안으로 다지고 밖으로 넓히고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0분


《‘종이시대의 종말.’ 2002년 3월 미국의 한 컴퓨터 전문 잡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상상했다. 하지만 정작 정보기술(IT)이 산업의 인프라가 된 요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종이의 전체 수요는 줄었지만 의류회사 카탈로그, 여성잡지 등 고급 종이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는 종이로 출력돼 보관될 확률이 높다.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는 국내 제지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종이로 된 모든 것을 만들다가 구조조정을 통해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덩치가 큰 만큼 안정된 수익이 주요 과제다. 반면 제지업계 3위인 한국제지는 확장이 키워드다. 수입산이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복사용지 시장을 노리고 있다.》

○ 한솔: 구조조정 마무리… 돈되는 사업 집중

한솔제지는 신문용지를 비롯해 포장지 복사용지 아트지 등 거의 모든 종이제품을 만들었던 회사다.

‘자식’이 많았던 만큼 바람 잘 날 없었던 한솔제지는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으로 백판지와 인쇄용지(복사용지 아트지 포함)로 사업을 집중했다.

그 결과 1998∼2001년 연속 적자를 냈던 한솔제지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3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지난해부터 요동친 원-달러 환율 탓에 다시 주춤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04년의 70% 수준인 914억 원으로 줄어든 것.

한솔제지의 수익성은 전체 경기보다는 내수 경기에 더 민감하다.

햄버거나 선물 포장지, 홈쇼핑 카탈로그, 잡지, 의류 신제품 카탈로그 등 ‘입고 먹고 쓰는’ 산업이 활황일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 올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가 심했던 백판지의 국제 가격이 오르는 점도 긍정적.

○ 한국: “복사용지 점유율 높이자” 시설 확대

한국제지는 아트지와 복사용지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한국제지는 수입산이 국내 시장(연 3000억 원 규모)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복사용지 시장을 차세대 성장 분야로 삼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생산시설을 50%가량 늘렸다.

재생용지를 활용하는 백판지와 달리 아트지와 복사용지는 펄프를 원재료로 쓴다. 펄프는 수입에 의존하지만 백판지보다 환율 민감도가 덜하다. 수출대금을 재료 수입대금으로 쓰기 때문.

하지만 한국제지는 다른 면에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산 복사용지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한국제지가 복사용지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1분기(1∼3월) 93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95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점은 수입산의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한솔제지, 이 점이 포인트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시점에 제지업 경기도 바닥을 쳤다.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데 계열사들의 실적이 지난해와 달리 플러스로 돌아설 전망인 점도 긍정적.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5300원. (대신증권 안상희 수석연구원)

○ 한국제지, 이 점이 포인트 수입산이 70%를 점유하고 있는 복사용지 시장을 얼마나 빼앗느냐가 기업의 성장성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환율 하락 추세로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투자의견 ‘보유’, 목표주가 3만2000원. (삼성증권 황정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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