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값 같은 아파트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다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0분


‘주거 공간에서 예술 작품으로.’

아파트가 예술가를 만났다. 미술가나 패션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건설회사가 건축 설계사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머물지 않고 전혀 다른 영역의 예술가와 손잡는 것은 아파트에 문화와 감성을 입히기 위해서다.

개성 있는 주거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진 데다 건설업체 간 차별화 경쟁이 겹쳐 아파트가 문화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미술가의 개성을 입힌다

진흥기업은 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서양화가 한젬마 씨와 디자인 협력 계약을 했다. 앞으로 진흥기업이 짓는 아파트 ‘더블파크’와 주상복합아파트 ‘마제스타워’의 모든 프로젝트를 한 씨가 직접 관리 감독한다.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파트 외관, 단지 조경, 주출입구, 부대시설까지 아파트 전체가 그의 작품으로 태어날 예정.

SK건설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짓고 있는 도심형 실버레지던스 ‘SK 그레이스힐’의 내부 디자인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지성진 씨가 참여했다.

그래피티란 벽이나 화면에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거실 바닥에 연못, 수풀 등을 그래피티로 그려 넣었다.

분양을 맡은 KHID의 국선화 차장은 “친환경 이미지에다 젊은 감각의 그래피티를 입혀 실버 세대 입주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본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아파트를 내놨다.

앙드레 김은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삼성 트라팰리스’ 55평형의 실내 인테리어와 대구 수성구 범어동 ‘래미안 수성’ 아파트의 실내 인테리어 및 외관 디자인을 맡았다.

건물 외벽과 복도, 로비에 그의 손바닥을 찍은 핸드프린팅을 넣고 단지 내 산책로 이름도 ‘앙드레 김 스트리트’로 짓는 등 아파트 전체를 ‘앙드레 김 스타일’로 만들었다.

직원들의 유니폼 제작에 유명 패션 디자이너를 영입한 업체도 있다. 차별화된 유니폼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

대림산업 모델하우스 도우미와 직원들은 패션 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디자인한 옷을, 현대산업개발 모델하우스 직원들은 일본 패션 디자이너 마사루 미네오 씨가 제작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진흥기업 전홍규 대표이사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아파트 설계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주거 상품이 더 많아진다”며 “소비자들의 높아진 감성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데다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어 앞으로 이런 추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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