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SK 직원 20여 명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날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집수리를 해주는 ‘해뜨는 집’이라는 단체와 함께 집수리 봉사에 나섰다.
SK그룹은 당초 이날 봉사활동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현장취재를 나온 본보 기자를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허름한 집에 들어간 최 회장은 빗자루를 들고 벽지에 풀을 먹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쓱쓱 풀을 먹인 벽지를 안방에 붙이는 그에게 “도배를 해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꼬마 때 많이 해 봤어요”라며 웃었다.
벽지 도배가 끝나자 페인트 붓을 들었다. 1시간 넘게 페인트칠이 이어졌다. 하얀 페인트가 팔뚝에 뚝뚝 떨어졌다.
비가 와서 습기가 많이 찬 때문인지 최 회장은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도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뿌듯해요. 외국에 나갈 일이 많아 이런 일을 자주 못하는 게 무척 아쉽죠.”
일을 끝낸 최 회장에게 회사 경영에 관해 물었다. 요즘 그가 주력하고 있는 중국 사업을 화제로 삼았다.
그는 올해 초 SK㈜의 중국사업 관련 부장을 5명이나 상무로 대거 승진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고 중국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 임원들에게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고까지 선언했다.
이에 따라 SK㈜는 기존 윤활유, 아스팔트 사업 강화와 함께 석탄광 등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SK네트웍스는 독자적인 주유소 사업에 나섰다. SK텔레콤 역시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중국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최 회장은 중국에 다걸기(올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중국은 우리의 발전 노하우가 필요하고 우린 시장 확대가 중요하죠. 서로 공감대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회사 성장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관계는 필수죠.”
최 회장은 SK㈜와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내수 의존도 때문에 정체 상태를 보이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고 판단한다.
지난달에 열린 청와대 상생회의 얘기도 화제에 올랐다.
최 회장은 당시 자산순위로 결정되는 재계 총수 자리에서 상석(上席)을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양보했다. 현재 재계 서열은 자산 기준으로 SK가 3위, LG가 4위다.
그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46세의 ‘젊은 총수’는 아직 모든 게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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