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있어도 年1700만원 못버는 31만 가구, 정부 지원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일을 갖고 있으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국 31만 가구에 대해 정부가 2008년부터 연간 최대 8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부합산 연간 총소득이 17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로서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가 대상이다.

정부는 7, 8월 중 최종안을 확정한 뒤 9월 정기국회 때 관련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ITC는 일을 하는 저소득 가구에만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다.

○ 무주택 2자녀 가구에 지원

이 제도에 따라 저소득층이 정부 보조를 받으려면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 △부부합산 총소득(근로, 사업, 금융소득) 연간 1700만 원 이하 △무주택자 △만 18세 미만인 자녀 2명 이상 부양 △땅, 자동차 등 일반재산 가액 1억 원 이하 등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중 총소득 기준은 연간 최저생계비(올해 4인 가구 기준 1404만 원)의 120%와 비슷하게 맞췄다.

현재 최저생계비보다 소득이 적으면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현금을 주고 있다. EITC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인 계층과 최저생계비 미만이면서 보조금을 못 받는 계층을 지원하는 제도다.

○ 5월 신청하고 7월 지급

EITC 지원금을 받으려면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본인이 수급 대상자라는 점을 명시해 세무서에 신청하면 된다. 스스로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이때 근로소득 및 금융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사업소득 신고서를 내서 총소득이 1700만 원 이하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국세청은 저소득 근로가구의 신청 서류를 검토한 뒤 7, 8월경 수급 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지원금을 나눠 줄 예정이다.

○ 영세 자영업자는 2013년부터 지원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사 등 특수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는 2008년 지원 대상에선 빠졌다. 소득파악비율이 26%로 근로소득자(72%)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임금지급명세서가 국세청에 제출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도 지원금을 못 받는다. 남편이 주인으로 있는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도 지원 대상이 아니다.

총사업비는 2008년에 연간 1500억 원가량 든다. 2013년 이후 지원 대상이 자녀가 없는 가구로 확대되면 전체 사업비도 2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 부정 수급자 늘어날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새 복지제도를 도입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소득파악비율이 낮아 자격이 안 되는 가구가 지원금을 받는 등 부정 수급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30년 이상 이 제도를 시행한 미국도 전체 지원 대상의 30%가량이 부정 수급자라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재원 마련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충남대 류진석(사회복지학) 교수는 “사업을 하긴 해야겠는데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지원액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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