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자동차 애국주의’가 세계적으로 특별하지 않았다면, 노조의 20년에 가까운 연례 파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세계 7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1974년 국내 첫 고유모델 포니가 나왔을 때부터 국민은 ‘국산차를 타 준다’는 애국심으로 현대차를 키웠다. 정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현대차의 생존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걱정했다.
그런데도 또 파업을 하겠다니,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를 계속 사 줘야 할지 의문을 갖는 국민이 더 늘어날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자동차의 국내 판매가 1분기에 사상 처음 4%를 넘어섰다. 이번 파업은 현대차에 대한 국민의 애정을 더 식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원화 강세로 외국에서도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는 23일 ‘현대차의 미래를 위한 토론회’에서 “적대적 노사관계 때문에 몰락하는 GM처럼 현대차도 빨리 돌아서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산하의 현대차 노조 파업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노사 관계 로드맵 저지 등 대규모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06년 현재 한국의 민주노총처럼 정치적이고 과격한 노동운동을 하는 노조는 세계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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