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보호 → 보행자 보호…자동차기술의 진화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12분


《긴 담벼락이 있는 저택에서 차가 바깥으로 나오려고 한다. 저택 밖 오솔길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운전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순간 계기판 모니터에 아이들이 나타난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는다. 기아자동차는‘뉴 오피러스’가 내보내고 있는 방송광고 내용이다. 전방 사각(死角) 감시 카메라 덕분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利器)’이지만 동시에 ‘흉기’이기도 하다. 자동차끼리의 사고도 문제지만 보행자 사고도 전체 교통사고의 40%에 이른다. 탑승자의 안전과 편익을 우선해 오던 자동차 기술이 요즘엔 보행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 전후방 사각지대에 감시카메라

5월 선보인 뉴 오피러스의 전후방 사각 감시 카메라는 차량 앞뒤 사각지역의 영상을 모니터에 표시해 준다. 전후방 센서 ‘경보음’이 영상으로 발전했다.

기아차는 “남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차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광고에서 이 장치를 내세웠다”고 했다.

쌍용자동차가 15일 내놓은 ‘2007년형 뉴체어맨’에는 졸음운전이나 부주의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을 설치했다. 시속 60km 이상 달리다가 갑자기 좌우 차량에 가까워지면 경보음이 울린다. 탑승자뿐 아니라 주변 차량까지 보호하자는 취지다.

쌍용차는 ‘렉스턴 II’를 내놓으면서 범퍼가드를 없앴다. 범퍼가드가 범퍼는 보호하지만 보행자와 부딪히면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는 더 적극적인 보행자 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재규어의 스포츠카 ‘뉴 XK’(국내 8월 시판 예정)는 차가 사람과 부딪쳤을 때 보닛을 0.03초 안에 3, 4인치 정도 들어올리는 ‘보행자 안전 보닛 시스템’을 채택했다. 보닛과 엔진 사이에 쿠션 효과를 내 보행자의 피해를 줄이자는 것.

○ 보닛에 쿠션장치 사고때 ‘중상’ 막아

6월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S600L’은 야간 주행 때 적외선 카메라가 전방을 비춰 주는 야간 적외선 카메라 ‘나이트뷰 어시스트’ 시스템을 갖췄다.

‘코너링 라이트’는 헤드라이트의 사각지대인 좌우 모퉁이까지 비춰 준다.

일본 혼다는 전 모델에 ‘보행자 상해 경감 차체’를 채택하고 있다. 엔진과 후드 사이 공간을 넓혀 충돌 시 쿠션 효과를 내고, 범퍼나 모서리 구조물 역시 잘 찌그러지는 구조로 만들어 부딪힌 사람이 받는 충격을 줄여준다.

세계적으로 보행자 안전장치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자동차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변해가는 추세다.

유럽시장에서는 이미 보행자 친화형 자동차 개발을 의무화해 안전 기준에 미달하면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교통안전팀 고영종 차장은 “한국이 가입하고 있는 자동차안전 관련 세계기술규정(GTR)도 이르면 내년쯤 보행자 안전 관련 새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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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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