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스틸과 2위 업체인 아르셀로는 26일 합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조강 생산량이 무려 1억 t을 넘는다. 일본의 신일본제철이나 한국의 포스코의 3배를 넘고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10%를 넘는 막강한 1위 기업이 탄생한다. 세계 철강업계는 일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조강 생산량 1억 t 넘는 ‘철강 공룡’ 탄생
미탈스틸은 아르셀로에 259억 유로(약 32조2800억 원)를 인수 대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 승인은 30일 열리는 아르셀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지만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탈스틸과 아르셀로는 각각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미탈스틸의 라크슈미 미탈 회장은 인도 출신이다.
지난해 미탈스틸의 조강(粗鋼) 생산량은 6298만 t, 아르셀로는 4665만 t이었다. 두 회사가 합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조강 생산량은 1억963만 t이 된다.
지난해 3위인 일본 신일본제철의 3291만 t, 4위인 한국 포스코의 3142만 t을 압도하는 규모다. 합병 회사의 조강 생산량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10%에 해당하고 매출도 690억 달러가 된다.
양사의 이번 합병을 계기로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업체 간 합종연횡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 세계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바람
아르셀로를 인수한 미탈스틸은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다. 1989년 이후 16건의 M&A로 몸집을 불렸고, 2004년 미국의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을 인수해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태어났다. 아르셀로 역시 2002년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 철강회사들이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세계 철강업계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 장악과 원자재 구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위 업체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하위 업체에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압도적 1위’ 출현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거대 철강 기업의 지배력이 커져 철강제품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 세계 철강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압도적 1위 업체의 압박으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포스코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포스코는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합병이 당장 포스코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탈스틸과 아르셀로가 확보하고 있는 시장이 포스코의 시장과 겹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역시 적대적 M&A에서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지분이 분산돼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데다 외국인 지분이 70%에 이를 정도로 높아 해외 업체가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최근 우호 지분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책들을 추진해 왔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올해 초 “포스코는 M&A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 공격적 성장만이 살길
한국 철강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과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김정수 연구원은 “1위 기업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경쟁력 만회를 위해 규모 확대 전략, 고급강 기술력 확보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해외 진출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포스코는 12조 원을 투자해 인도 오리사 주에 연간 생산량 1200만 t 규모의 일관(一貫)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또 중국에 스테인리스 일관 제철소(연산 60만 t 규모)를 다음 달 준공한다.
대우증권 양기인 애널리스트는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합병으로 세계 철강업체의 무한경쟁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한국업체는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과 함께 M&A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댓글 0